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 “이제 시작…항공업계 유니클로 될 것”
5월 8th, 2019 News
【서울=뉴시스】고은결 기자 = 지난 3월 면허를 발급받은 신생 항공사는 ‘차별화’가 생존의 제1원칙이다.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가 이미 6곳이나 있다. 게다가 김포공항 같은 인기 공항의 슬롯은 진작에 꽉 찼다. 취득한 면허는 철저한 조건부로, 3년 간 거점이 아닌 공항에서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 기존 사업계획을 어기면 면허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본격 생존 레이스에 돌입한 신생 항공사들이 긴장을 풀 수 없는 배경이다.
이 때문일까. 강병호(43) 에어로케이 대표는 면허 발급을 성공한 소감을 묻자 “대학 졸업장을 받은 기분”이라며 “갓 졸업한 것처럼 앞으로 할 일이 더 많고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에어로케이는 주요 공항은 아닌 ‘2차 공항’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았다. 즉, 온전히 ‘청주발 노선’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지방발 노선에서 충분한 수익을 내는 것은 기존 항공사들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던 과업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청주공항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경기와 가깝기 때문에 수도권 제3공항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미국 사우스웨스트는 2차 공항 활성화로 LCC모델을 성공시켰다”며 “비용 절감, 비행기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2차 공항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저렴한 항공 운임과 편리한 교통을 내세워 청주를 수도권 제3공항으로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다소 빈약한 배후 수요에 대한 우려에는 ‘밀레니엄 세대’란 명확한 타겟층을 제시했다. 기존 LCC보다 저렴한 항공 운임으로 여행을 자주 가는 젊은층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항공 운임이 저렴한 대신 부가 매출 극대화에 공들인다. 이를 위해서 매력적인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 대표는 “에어로케이의 브랜드에 대해서는 세련되고 영(young)한 레트로(retro) 느낌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스타벅스를 간 사람이 음료뿐만 아니라 텀블러도 구매하듯, 부가 매출 확대를 위해선 명확한 타겟층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니클로나 스와치처럼 가격 대비 퀄리티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하 강병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에어로케이가 신규 면허를 발급받았는데 소감은.
“너무 좋긴 좋았는데 대학 졸업장을 받는 기분이었다. 졸업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아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남은, 이제 시작한 기분이었다.”
-운항증명(AOC) 등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항공기를 처음 띄우는게 내년 1분기쯤이 될 것 같다. 여름인 6~7월쯤 운항증명을 신청할 듯하다.”
-청주공항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2차 공항 활성화로 LCC 모델을 만들어 성공 시킨 사례로 사우스웨스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차 공항으로 비용 절감, 비행기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남들이 가지 않은 공항을 가는게 유리한 점이 있었다. 청주는 충분한 수요가 있고, 주변 인구가 받쳐주며 교통이 편리하다. 이런 점을 다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선진 LCC 모델을 잘 정착시키고 우리의 사업모델을 시행할 수 있는 적절하고 좋은 공항이라고 생각했다.”
-금융업계, 대기업에서도 일했는데.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금융업계에서 일했으며, 대기업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기업에서 근무 당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분야였는데 그때 경험이 지금도 연결된다. 해외의 버진애틀란틱항공, 에어아시아의 설립자도 워너뮤직 출신이다. 저도 국내에 맞는 색깔과 젊은 느낌을 갖고 기존 항공사와는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브랜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좀 더 세련된 영한 레트로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심플한 것도 선호한다. 어떤 식으로 할지는 아직 더 고민하고 있다. 단발적인 스타 마케팅 방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회사의 얼굴인 승무원이나 유니폼 등에 집중해서 기내에서 에어로케이만의 느낌을 줄 것이다.
부가 매출은 타겟층 설정과 브랜딩이 필요하다. 스타벅스 브랜드를 보고 그 카페에 간 사람은 텀블러도 살 수 있다. 항공사도 똑같다. 항공사의 경험이 좋았다면 그 항공사만의 기내 메뉴를 먹어보는 등 부가 매출이 발생한다.
에어로케이의 타겟층은 LCC로 여행을 많이 가는 젊은층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1년에 한 두 번 비행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항공권을 찾으며 여행을 많이 다닌다. 요즘 외국 LCC들은 항공권이 아니라 부가매출에서 돈을 번다. 비용을 정말 낮게 하면, 사람들이 항공권을 사고 남은 돈으로 다른 것을 하나 살 수 있다. 에어로케이가 제공한 옵션 안에서 탑승객이 소비할 수 있다. 그리고 항공사는 렌트, 호텔 등을 직접 연결해줄 수도 있다. 그런 점을 요즘 신경쓰고 있다.”
-해외 탑승객 유치에도 많이 신경 쓰나.
“국내 탑승객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비엣젯항공 등 외항사들의 마케팅도 굉장히 활발하다. 그 항공사들처럼 우리도 해외 도시에서 똑같이 마케팅해야 인바운드를 키울 수 있다. 여행사를 쓰지 않는 만큼, 해외에서 타겟팅과 세일즈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한다. 해외에서 이런 비용을 안아낄 것이다. 왜냐면, 청주를 알려야 하는 숙제도 있어서다. 외국 사람들에게 청주가 서울과 가깝고, 공항에서 셔틀버스로 오송역까지 갈 수 있는 점 등을 알려야 한다. 2차 공항에 가면 훨씬 더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고 마케팅할 것이다.
아웃바운드는 가급적 직접해도 인바운드는 여행사를 쓰는게 맞다. 비율이 중요하다. 여행사를 쓰는 비율을 줄이고 싶어서 현지에 세일즈 마케팅팀을 둘 것이다. 여행사에 기대지 않고, 향후 어느정도 고객도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구축하면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노선을 선보일 것이다. 이차도시를 가고 싶은 젊은이들을 위한 전략이다.”
-에어로케이가 벤치마킹하는 기업도 있나.
“편하게 갈 수 있고 저렴하면서 퀄리티 있는 유니클로 브랜드의 방향성도 에어로케이와 비슷하다. 스와치 시계처럼 가격 대비 퀄리티있는 이미지를 추구한다. 항공사 중에선 사우스웨스트처럼 긍정적인 회사 문화와 대외적인 신뢰를 받고 싶다.”
-기존 항공업계에 아쉬운 점도 있다면.
“한국의 기존 항공사들은 그 시기에 맞는 모델로 잘 해왔다. 항공사가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한다기 보다는, 경쟁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성을 내는게 중요하며 서로 협업도 필요하다. 국내 항공사들끼리 경쟁하기보단 정말 저렴한 항공권을 내놓고 있는 외항사들을 걱정해야 한다. 서로 필요한 부분은 협업해 중국, 동남아 등 외항사와 함께 경쟁하는게 좋을 것이다. 내부 싸움은 지양한다.”
-결국 에어로케이의 경쟁사는 외항사란 의미인가.
“우린 특정 회사를 경쟁 상대로 보지는 않는다. 청주발 노선이기 때문에 경쟁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외항사가 경쟁사가 될 것이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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