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차별 없는 채용으로 항공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습니다.”
에어로케이는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 요건에 외모·학력·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타투도 허용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 만나 “신생 항공사로서 편견과 차별을 넘어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충북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LCC(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는 지난 4월 청주~제조 노선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출범 5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취항하게 된 만큼 감회도 남달랐다. 강 대표는 “몇 년 동안 힘든 일을 많이 겪은 끝에 취항했는데 탑승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힘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항 첫 달에는 탑승률이 16.1%로 저조했지만 이번 달에는 92%로 만석에 가깝게 운항하고 있다. 청주공항 내 점유율은 1위를 기록했다. 강 대표는 이용객들의 입소문 덕이 크다고 했다. 그는 “신생항공사이다 보니 처음엔 잘 몰라서 꺼려했던 점도 있겠지만 탑승했던 이용객들이 좋은 얘기를 해주고, 국토부에서 안전 부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로케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성별보다는 개성이 중요한 ‘젠더리스(성 구분이 없는)’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젠더리스 유니폼도 도입했다. 봄·가을용 상의는 맨투맨 티셔츠에 재킷, 여름용 상의는 반팔 티셔츠에 조끼다. 하의는 모두 바지다. 기존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이 입는 치마 정장은 없다. 신발도 구두가 아니라 운동화다.
또 지난달까지 모집한 승무원 채용 공고에 학력 제한 없음, 외모 규정 없음, 나이 제한 없음, 항공사 최초로 타투 허용도 눈길을 끌었다. 서류 전형 내 사진 제출을 금지하고 외국어 능력과 대외 활동 등 최소한의 요구 조건으로 1차 평가했다. 채용 캠페인에는 마치 119 구급대원을 연상시키는 기내 난동 행위를 제압하고 인명 구조 활동을 수행하는 강인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승객의 안전’이다. 기존 승무원 복장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직업인만큼 승무원이 ‘회사의 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안전지킴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형적 특징을 강조하던 기존 항공업계 문화에서 탈피하는 에어로케이의 모습은 LCC의 주된 소비층인 MZ세대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강 대표는 “기존 항공 업계의 수직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이, 직급을 떠나서 특히 안전적인 부문에서는 언제든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로케이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처럼 1차 공항이 아닌 2차 공항을 거점으로 두고 있다. 강 대표는 “2차공항이 이착륙비 등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덜 혼잡한 부분에서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줄인비용만큼 안전과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리적 측면에서도 청주는 전국 어디서든 1~2시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에어로케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도 실현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역경제 성장에 커다란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 대표는 양양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둔 LCC 플라이강원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협업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항공업계는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지만 저희와 플라이강원은 지역항공사인 만큼 마케팅 등 좋은 기회가 있으면 같이 키워가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저희가 경쟁해야할 상대는 외국항공사이기 때문에 서로가 존중해주면서 발전하는 것이 윈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로케이는 내년 상반기 국제선 취항에 주력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로 국제선 취항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3월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 계획으로는 항공기를 1년에 4~5대 도입할 것”이라며 “다른 항공사는 항공기를 줄이고 있는 추세지만 저희는 시장이 빨리 돌아오는 만큼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도입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