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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몰 시대] ⑧ “발품으로만 움직이던 동대문 시장…IT로 혁신 이뤘다”

10월 9th, 2019 News

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링크샵스(Linkshops) 사무실을 찾았다. 지문을 인식하고 보안카드를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여느 스타트업 사옥과 달리, 도로 밖에서 1층 전면 통유리 안쪽으로 사무실 공간 내부가 들여다 보인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무실 앞 도로는 중국 무역상들이 가장 많이 밀집한 거리다. 주변 상점에는 중국어 간판이 붙어있고 곳곳에 택배박스가 쌓여있다. 동대문에서 제조된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동대문 내 소매상인들이 만든 상품을 국내외 바이어에게 연계하는 사업을 하는 링크샵스에 노른자위 땅이기도 하다. 언제든 고객을 만나 응대하기 위해 건물 1층 전면에 오픈형 사무실을 만든 이유다.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는 “권리금이 꽤 비싼 자리였는데 권리금 없이 자리를 얻었다”며 “동대문 상권을 살리기 위한 스타트업을 한다고 2~3개월 정도 설득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링크샵스는 이름처럼 도매상과 소매상(Shop)을 연결(Link)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동대문 상권이 타깃이다. 링크샵스는 동대문 도소매상인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데만 집중하도록 돕는 게 목표다.

물건 하나를 판매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판매할 상품을 소매상으로부터 주문한다. 주문 내역 정산작업이 뒤따른다. 보통 엑셀 표에 입력하거나 노트에 수기로 적어두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포장하거나 배송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해외 무역 소매상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일은 더 힘들다. 한국과는 다른 언어로 낯선 무역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링크샵스가 만든 사입통합 프로그램은 주 거래처 주요 상품을 시스템에 미리 입력해두면, 자동으로 물건 주문을 넣고 정산해준다. 세금계산서도 대신 떼준다. 링크샵스에서는 소매상들이 일일이 발품팔지 않아도 동대문에서 파는 질 좋은 물건을 도매가에 구매할 수도 있다. 구매 가격은 오프라인과 같다. 최근에는 상품 입고부터 검수, 포장 등 물류작업을 대신 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내놨다. 손쉽게 해외 바이어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동대문 온라인 전환 설득한 비결은 ‘끈기’

동대문 시장은 사실 IT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도매상과 소매상 간 거래는 모두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다. 거래는 현금 기반이었다. 링크샵스가 창업한 2012년에는 이제 막 모바일 서비스들이 생겨나던 시점이었다. 모바일 결제도, 플랫폼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건 링크샵스가 아닌 ‘사입삼촌’이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직접 발로 뛰며 도매상 물건을 소매상들에게 대신 사다 날라줬다. 이들과 도매상, 소매상 간의 탄탄한 인적 관계 속에서 시장 생태계가 형성됐다.

서 대표가 이 시장을 겨냥해 창업을 하게 된 건 미국 유학 시절 경험 때문이다. 미국 소매상인들이 국경까지 넘나들며 좋은 상품을 파는 도매상을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다. 특히 동대문은 온라인 거래 수요가 높다고 판단했다.

서 대표는 “특히 동대문은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물건이 나올 정도로 회전이 빨라, 사진으로 상품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거래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며 “동대문도 결국 온라인 기반 시장이 되는 건 당연해 보였다”고 말했다.

링크샵스가 동대문 시장을 끌어안는 데까지 시간과 신뢰가 필요했다. 사무실 한 곳을 얻는데 3개월이 걸린 건 그나마 쉬운 일이었다. 2012년 창업 후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만나는 상인들마다 동대문 상권을 살리고 싶다고 설득했다. 서 대표는 “사업하면서 제일 잘 하는 일은 버티는 것이다”라며 회상했다.

도매상인과 밀착해 그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전담팀을 운영한 것도 신뢰를 얻는 기반이 됐다. 밤 시간에 주로 영업을 시작하는 동대문 시장 호흡을 철저히 따랐다. 서 대표는 “스마트폰 오류나 앱 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 우리 팀에서 하나하나 응대해드린다”며 “도매시장에 계신 분들의 호흡을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24시간 고충을 듣고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미 모두가 현금거래를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카드결제로 넘어가면 더 많은 거래처를 만날 수 있는 시장이 열린다고 설득했다”며 “점점 세상이 바뀌니 결국 온라인 기반 플랫폼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그 분들이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대문에 AI 도입… “한국형 알리바바 되겠다”

덕분에 전체 동대문 도매업체 2만개 중 절반에 가까운 1만개 업체가 링크샵스에 입점했다. 링크샵스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소매업체는 8만개다. 월 주문액은 220억원에 달한다. 2018년 알토스벤처스와 포레스트파트너스를 비롯해 테크톤벤처스 등으로부터 115억원 투자를 유치한 비결이기도 하다.

링크샵스는 곧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판매할 상품 사진을 링크샵스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AI가 상품을 인식해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붙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소매상인을 위한 AI기반 상품 추천 서비스도 곧 내놓을 계획이다.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소매상인이 살만한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다.

최근 동대문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도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조금 잦아드는 모양새다. 도매상도 2000년대 초반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업체당 매출액 규모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 대표는 “결국 본질에 집중해 더 많은 고객을 만나고 더 많은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한국 링크샵스에서는 불법 거래가 없고 진짜 동대문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아직은 해외 바이어들도 우리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수료 기반 수익모델을 광고 등으로 보다 다각화할 계획이기도 하다. 도소매 사업을 기반으로 결제와 배송 등 다양한 분야로의 서비스 확장을 계획 중이다. 현재 전체 직원의 30%인 개발 인력을 포함해 인재풀을 넓히는 것도 과제다.

서 대표는 링크샵스를 한국의 알리바바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동대문 시장을 넘어 향후에는 해외 시장에서도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 나겠다는 계획이다.

서 대표는 “무엇보다 좋은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잘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유통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며 “5년 쯤 후에는 동대문의 알리바바가 돼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차현아 기자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8/20191008019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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