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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27) 신호식 트릿지 대표

August 23rd, 2021 News, Uncategorized

창업 6년 차인 트릿지(Tridge)는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신선식품 B2B 무역 플랫폼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59만 명 수준이던 트릿지 방문자 수는 1년 만에 90만 명을 돌파했다. 전통적인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던 전 세계 신선식품 무역 거래를 온라인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무역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트릿지의 신호식 대표를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가 만났다.

먼저 트릿지의 사업 모델을 설명해달라.

트릿지는 농축수산물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없애기 위해 수십만 종에 달하는 농축수산물의 거래 가격, 수출입 물량, 품질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구매자가 트릿지 플랫폼에서 주문을 넣으면 현지 농장 실사, 공급자 이력 검증, 계약 협상, 패키징, 운송, 세관 업무 등 무역 업무를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트릿지의 사업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전 세계 9만여 개 기업이 가입되어 있고 월평균 30만여 명이 트릿지를 방문한다. 11만여 개 공급처가 1만5000여 종에 달하는 농축수산물을 트릿지에서 거래하고 있다. 전 세계 상품 가격 정보가 매일 5만 개씩 업데이트된다.

트릿지를 창업한 계기는 무엇인가.

투자은행에서 원자재 트레이더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2012년에 원자재 투자회사인 TP파트너스를 설립한 것이 출발점이다. 트레이더 시절,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계약했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뻔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시장의 수요·공급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찔한 경험이란 무엇이었는지.

미국 광산회사에서 석탄 6만 톤을 공급받아 한국과 일본 제철회사에 납품해야 했다. 그런데 석탄 시세가 오르면서 이 회사가 약속했던 물량을 더 비싼 값에 다른 곳에 팔아버렸다. 온라인에서는 석탄 공급자 정보를 찾을 수 없어서 미국 전역에 있는 광산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웃돈을 주고 6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량을 겨우 맞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공급처가 공급을 중단해도 전 세계에 있는 다른 공급처들의 물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거래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트릿지 창업으로 이어졌다.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농축수산물 시장은 거래 단위가 굉장히 크고,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각자 에이전트를 고용해 중간에서 거래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페루에서 나는 블루베리의 시즌당 수출량은 1억5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해,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 나라에 컨테이너 몇 개 정도 판매하는 게 이들 공급처에는 큰 의미가 없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거래 규모에 따른 비대칭이 발생하고 이게 곧 정보 비대칭으로 이어진다.

최초 창업은 2012년 원자재 투자회사인 TP파트너스였는데 3년 뒤 농축수산물 플랫폼인 트릿지로 탈바꿈했다. 사업 아이템이 바뀐 이유는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원자재 트레이더로서 경력을 살려 무역 플랫폼을 기획했다. 전 세계에서 ‘파인더(Finder)’라고 하는 프리랜서 에이전트들을 모아서 무역이나 투자와 관련된 기획을 제공받고 보상해주는 형태로 사업을 개발해나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자재보다 농축수산물 정보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장이 가장 산업화가 덜 돼 있고 기후 영향 등 변동성이 심한 편이라 이 문제를 온라인에서 데이터로 해결하는 곳이 없었다. 벤치마킹할 곳이 없어 애를 먹었지만 경쟁사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잘 만하면 세계 최초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가격 정보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과 세계 각국의 공급처 및 수요처를 서로 연결해주는 것은 전혀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두 가지 사업을 같이 운영하게 됐나.

먼저 수년간 데이터를 모으면서 시스템을 구축해나갔다. 5년 정도 전 세계에서 상품 데이터를 먼저 모아서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시장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 무역 전문가(Engagement Manager) 제도를 도입하며 공급자 검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방대한 농수산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계 각지에서 직원들이 직접 공급자의 이력과 신용도를 체크하며 무역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플랫폼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무역 전문가들을 세계 각지에 파견해 공급자 검증 시스템을 갖춘게 핵심 경쟁력인 것 같다.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이 할 수 없는 부분인가.

농축수산물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구매자 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간에서 책임지고 문제가 없는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 갑자기 공급이 끊기면 바로 다른 공급처를 찾아 해결하는 등 현지에서 직접 컨트롤한다.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는가.

일부는 AI를 통해 자동으로 수집하고, 나머지는 현지 전문가들이 직접 도매시장 등을 발로 뛰며 가격 데이터를 수집한다.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데이터의 양과 질도 업그레이드된다. 트릿지에서 토마토, 감자, 고등어 등 원하는 품목을 검색하면 도매시장 가격 추이, 수출입 규모, 최대 수출국 및 시장점유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품목별로 심층 리포트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없었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거래가 막히면서 상품 공급망이 불안정해졌고, 그 결과 트릿지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더 빨리 성장했다. 지금은 링크드인이나 글래스도어 등 글로벌 인재 채용 플랫폼들을 활용해 현지 전문가들을 빠르게 채용할 수 있는 시대인 데다 SNS를 통한 글로벌 브랜딩도 한결 수월해지면서 해외 사업의 장벽이 굉장히 낮아졌다.

전 세계에서 농축수산물을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트릿지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벤치마킹할 만한 선례가 없었을 텐데 힘든 점은 없었나.

참고할 만한 사업 모델이 없어서 초반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경쟁사가 없기 때문에 무한대로 성장할 수 있다. 전 세계 농축수산물의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발생하면 바로 트릿지에 반영되는데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우리뿐이다.

글로벌 농축수산물 거래 플랫폼을 한국 스타트업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왜 이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시도가 그동안 없었을까.

일단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이 너무 어렵다. 데이터를 매핑(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일)하려면 품종, 경작 방법, 거래 유닛, 직매인지 도매인지 등 거래 시장 단계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가능한 플랫폼이고 트릿지도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5년이 걸렸다.

현재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월 100억원 정도 매출을 내고 있고 연말까지 월 5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내년에는 조 단위 매출을 만들고자 한다.

트릿지 서비스를 사용해본 고객들을 중심으로 ‘로크인(lock-in)’ 효과가 나타나면 성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 같다. 가격적인 메리트도 있나.

실제로 거래 규모가 큰 바이어들일수록 트릿지에서 더 큰 수혜를 누리고 있다. 거래를 할수록 가격 면에서도 이득을 볼 수 있고 거래 아이템과 지역을 늘려가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이 셧다운된 코로나 기간 동안 더 빨리 규모의 경제가 구축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 전문가들을 파견하려면 대규모 채용이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 인재 채용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매달 50여 명을 채용하고 있고 하반기에만 500여 명 정도 채용할 예정이다. 최근 시리즈C 투자를 통해 700억원 규모를 조달한 것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전 세계 고객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현재 50여 개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100개국에서 현지법인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일하는 방식의 관점에서 트릿지는 IT 기업에 가깝나, 컨설팅 기업에 가깝나.

1차적으로는 IT 기업의 성격이 강하고 그다음으로는 트레이딩 기업의 특징도 지녔다. 두 가지 사업 모델이 함께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공존한다고 보면 된다. 애플이 최고의 IT 기업이자 마케팅 기업이듯이 우리도 IT 조직과 오퍼레이션 조직 간에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트릿지의 기업문화를 설명한다면.

care, discipline, intensity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케어’는 서로 챙겨주는 문화, 즉 의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동료애로 뭉쳐 어려운 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동시에 자기 통제권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고 굉장히 인텐스하게 일하고 있다. 90년대생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이들이 성공에 대한 열망이 훨씬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선배 세대만큼 성장 또는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거다’ 싶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훨씬 더 집중하고 헌신하는 친구들이 많다.

트릿지가 제공하는 기회는 무엇인가.

6개월마다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퍼포먼스 평가에 따른 연봉 인상 및 승진 기회를 제공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공격적인 승진과 보상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공정한 피드백에 목마른 글로벌 인재들이 트릿지를 찾는다. 가장 큰 인센티브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농축수산물 무역 거래는 3000조원 규모의 시장이다. 전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내가 시장의 선구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산업은 흔치 않다.

트릿지가 궁극적으로 창출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궁극적으로 무역의 본질은 각 경제주체들의 효용가치를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즉, 상품을 공급하는 농가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확장되는 것이다. 트릿지의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앞으로 더 윤리적이고 투명한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다. 상품이 어디에서 생산되어 어떤 물류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트릿지가 꼭 필요한 사회 인프라로 성장하길 바란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 사진 김현동 기자

http://jmagazine.joins.com/forbes/view/33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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